면허를 따고 정확히 7년 동안 운전대를 한 번도 잡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곧 운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운전을 더 잘하니까 자연스럽게 그냥 태워달라고만 했거든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점점 더 무서워지고 미안해지더라고요. 내 탓인데도 남편한테 계속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커지면서 학원 스케줄이 늘어났는데, 여름방학에는 A 학원, 겨울방학에는 B 학원, 이렇게 자꾸 늘어나더라고요. 남편 회사 일정이랑 아이 학원이 겹칠 때가 많았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는데, 아이 피아노 레슨이 화요일 오후 4시인데 남편 회의가 그 시간에 있었거든요. 그때 남편이 회의를 빠져나갔습니다. 미안해서 물어봤더니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도 눈빛이 좀 피곤했습니다.
그날 밤에 남편이 '혹시 운전 배울 생각은 없어?'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표정이 진지했거든요. 그 순간 정말 미안하면서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딱 들었습니다. 바로 그 다음 날 네이버에 송파 방문운전연수를 검색했습니다.
검색 결과가 정말 많이 나왔습니다. 업체만 해도 20개가 넘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3일 집중 코스가 30만원대부터 60만원대까지 있었거든요. 저는 자차운전연수를 선택했습니다. 우리 차는 10년 묵은 쏘나타인데, 어차피 내가 이 차를 타고 다닐 거라면 이 차에 익숙해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곳에 전화를 했는데 송파운전연수 빵빵드라이브가 가장 친절했습니다. 상담할 때 '7년 동안 운전을 안 하셨다면 기초부터 천천히 진행하겠습니다' 라고 해주셨거든요. 3일 10시간 코스가 40만원이었는데, 첫 날은 집 앞에서 시작하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일 모레 화요일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날은 정말 떨렸습니다. 강사님이 오셨을 때 저는 '7년 만에 운전대를 잡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웃으시면서 '많이 떨리시죠? 괜찮습니다, 천천히 해요' 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쏘나타 앞자리에 앉았을 때 핸들 위치가 어딘지도 낯설더라고요 ㅋㅋ 강사님이 먼저 기본 자세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셨습니다.
우리 집 앞 골목에서 30분을 그냥 핸들을 쥐고 있었습니다. 악셀과 브레이크의 위치를 다시 느껴보고, 거울을 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강사님이 '거울 보는 타이밍이 정말 중요합니다. 핸들을 틀기 전에 먼저 거울을 보고, 사이드미러에 차가 보이면 그때 핸들을 돌려요'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말이 진짜 중요하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그다음부턴 우리 동네 주택가 도로로 나갔습니다. 속도는 20km/h 정도 유지했는데도 너무 빠른 것 같았습니다. 신호등을 만났을 때 얼굴이 굳었나 봤어요. 강사님이 '초록불이 떴으니까 천천히 출발해도 됩니다' 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첫 날은 30분 동네 주행, 30분 주차 연습으로 끝났습니다.

두 번째 날은 이미 좀 다르더라고요. 어제 배운 거를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이날은 올림픽대로 아래쪽 압구정로 같은 큰 도로를 나갔습니다. 송파 쪽 도로는 신호등도 많고 오른쪽/왼쪽 차선도 생각하면서 와야 했습니다. 좌회전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신호가 초록불로 떠도 맞은편에서 차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멈췄거든요.
강사님이 '차가 들어오는 소리를 잘 들어야 합니다. 맞은편이 빨간불이면 우리가 나갈 수 있어요. 조금 빨리 지나가면 됩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 조언으로 몇 번 좌회전을 해봤는데 점점 수월해졌습니다. 두 번째 날 마지막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연습을 했습니다. 후진 주차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거리감을 못 잡았습니다.
처음엔 왼쪽 벽에 부딪힐 뻔했습니다 ㅠㅠ 강사님이 옆에서 '사이드미러를 봐요. 흰 선이 딱 미러 정중앙에 보이면 그때 핸들을 꺾으세요' 라고 반복해주셨습니다. 3번을 시도했을 때 드디어 들어갔습니다. 이상하게 그 성공감이 이틀간의 피로를 싹 날려버렸어요. 강사님이 '잘하셨어요, 주차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세 번째 날은 정말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이 피아노 학원이 있는 장소를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그 학원까지는 신호등 12개, 좌회전 3번, 우회전 2번이 필요합니다. 강사님이 '오늘은 실제 목표 지점을 향해 가보겠습니다' 라고 말씀하셨을 때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정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집을 출발해서 올림픽대로로 나갔습니다. 아침 9시 정도라 차도 적당했습니다. 강사님은 운전 중에 '지금 잘 가고 있습니다. 신호등이 빨간불이네요, 여기서 멈추세요' 이렇게 부드럽게 지도해주셨습니다. 신호등을 통과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였지만, 점점 익숙해지더라고요. 압구정로에서 강남대로로 들어가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30분이 지나서 아이 학원 건물이 보였을 때, 진짜 울 뻔했습니다. 주차는 건물 앞 길가 평행주차였는데, 강사님이 '여기 여유가 좀 있네요. 천천히 밀어넣으세요' 해주셔서 한 번에 들어갔습니다. 차에서 나왔을 때 강사님이 '3일 만에 여기까지 오셨어요. 충분히 혼자 다니실 수 있습니다' 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에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3일 10시간 과정의 총 비용은 40만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40만원이 꽤 비싼데?'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싼 투자였습니다. 택시비도 아끼고, 남편 퇴근 후 심부름도 안 해도 되고, 무엇보다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었거든요. 내돈내산이라 더 값지게 느껴집니다.
연수 끝난 지 이제 2주 반이 지났습니다. 매일매일 운전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피아노 레슨에 데려다주고, 마트에 혼자 장을 보러 가고, 지난주에는 주말에 언니 집에 혼자 다녀왔습니다. 남편도 이제 '조심해' 정도만 말하고 응원해줍니다. 정말 받길 잘했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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